코로나 피난길 (1)

[코로나 피난길]

2019년 말에 중국에서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것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것이라는 생각은 단 1그람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2020년 1월에 중국인 감염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확진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때도 그것이 어떤 삶의 변화를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2월 어느날, 대구에서 신천지발 집단 감염이 시작되어 아이들 어린이집도 갑자기 문을 닫게 되었다. 땅이, 서현, 시현 셋을 서현이 엄마 혼자서 감당 할 수 없다는 판단에 연차를 쓰고 급하게 짐을 챙겨서 2월 23일 부산으로 피난길을 나섰다.

할머니 집에 왜 와야 했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엄마 아빠와 달리 갑작스럽게 찾아온 휴가에 마냥 즐겁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어나는걸 보면서도 코로나가 잠시 피하면 되는 소나기 같은 거라고, 금방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전 세계로 퍼지고 1년 뒤에도 종식이 되지 않고, 우리의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외할머니 출동]

외할머니께서도 코로나로 피난온 손자 손녀를 보러 오셨다.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 돌 이후에는 서로 만날 일이 없다는 가족이 대부분 이라는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 올 수 있는 거리만큼이나 가까운 양가 부모님 사이라는데 항상 감사한다.

아이클레이로 조물 조물 만져서 뭔가 만들었다. 집중할 때 저도 모르게 내미는 입이 영락없는 지 아빠 판박이다. DNA는 참으로 놀랍다(⊙ˍ⊙)

[가족 그림]

서현이가 가족을 그렸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터 엄마 아빠 삼촌 동생 땅이 까지 온식구를 화폭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 누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처음에는 아무나 막 말하는 줄 알았다. 어떤 특징을 잡아서 그린게 아닌 손이 가는대로 그린듯하여 되는대로 말하는가보다 했는데 몇번을 다시 말해도 누가 누구인지 100퍼센트 일치했다. 위치를 외우는가 싶어서 폰 카메라로 찍어 확대해서 보여줘도 맞춘다. 심지어는 몇달이 지난 뒤에도 까먹지 않고 그대로 맞췄다. 아빠를 그린 모습을 보고 우리 딸 눈에 아빠가 저렇게 보이는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이 된다 ㅋㅋ

[물감 탑 쌓기]

물감 놀이를 충분히한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물감놀이를 하기 시작한다. 쌓다가 무너지고, 또 쌓다가 무너지고, 이를 몇 번 반복한 후 개선 문 같은게 세워졌다.

[땅이가 노린다]

언제나 배가 고픈 땅이는 시현이만 노린다. 아직 어려서 서투른 탓에 음식을 잘 흘린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건강 문제만 아니면 먹고 싶어 하는거 실컷 먹이고 싶은데 나이 들어서 활동성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살이 계속 찐다. 코로나 시기 사람들이 확찐자가 될 때, 확찐개가 되었다. 비만이 되면 안그래도 부실한 웰시코기의 관절에 더 무리가 간다해서 먹는걸 줄였더니 음식 앞에 하염없이 작아진다.

8개의 댓글

  1. 그땐그랬지
    설마 코로나가 우리의일상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을줄 짐작도 못했었지

    울서현이가 가족들을 그리고
    이후 단한번도 틀리지않고 맞출때마다 놀라움의 연속..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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